기시마 선생의 조용한 세계 - 잘 나가다가 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기분나쁘다' 가 이 책을 덮고 나서 가장 강하게 드는 느낌이다. 분명 결말에 이르기 전까지, 그러니까 끝 부분의 아주 조금을 제외하면 재밌고, 글자 그대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게 될 정도로 좋은 소설이다. 자연과학을 전공하는 입장에서, 화자인 하시바의 사고 구조나, 주인공인 기시바 선생의 말들은 너무나도 공감되고, 가슴에 와 닿는다. 연구의 프로세스나, 학계의 생태에 대한 묘사도 리얼하다. 분명 작가가 공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소설을 쓰기때문에 가능한 수준의 묘사일 것이다. 하지만 결말이 너무 나갔다. 조용히, 다른 어떤 잡무에도 방해받지 않고, 학문 그 자체에 몰두하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그게 일종의 낭만이나 이상향 같은거라는 것도 알겠지만, 그렇다고 이런 결말을 낳지는 않는다. 무엇보다 결말에 이르러 쭉 이어지던 리얼리티가 팍 사라진다. 주소도 알아낼 수 없을만큼 행방불명이 된다고? 그건 순수하게 연구에 몰두하는 게 아니라 그냥 실종자다. 차라리 죽었다는 결말이 깔끔했을 것이다. 거기에 아내에 대한 묘사는 왜? 학문에 대한 순수한 열정에 노스탤지어를 느끼는 건 알겠는데, 뜬금없이 이렇게 써 버리면 앞에서 한참동안 그려놓은 캐릭터가 갑자기 붕괴한다. 차라리 아내 얘기가 없었으면 결말을 동화 풍으로, '순수하게 학문에 몰두하던 기시마 선생은 학문의 요정이 되어 사라졌지만 지금도 어디선가 옛날과 같은 모습으로 연구하고 있을 것입니다' 같은 식으로 생각이라도 하겠는데, 이렇게 비참한 묘사가 들어가면 동화 풍이 될 수도 없다. 헐리우드식 해피 엔딩은 싫고, 그래서 있어보이고자 새드 엔딩을 고른 걸까? 알 수가 없다.

3.

"그래서, 학생은 싫어하는 게 뭐에요?"어느 날처럼 그 카페에 들러 냉커피를 주문했더니, 주인이 갑자기 그렇게 물었다."사실은 이 친구랑 인물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어요. 그러니까-"그렇게 말하며 지망생을 쳐다보자, 그녀가 말을 이어 받았다."소설의 등장인물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어요. 어떻게 해야 인물에 생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까. 그가 무얼 좋아하고 무... » 내용보기

2.

오늘도 수업이 끝나고 돌아가는 길에 그 카페에 들렀다. 처음 찾아갔던 날의 주인장의 친절도 있고 해서, 어느새 단골처럼 다니게 되었는데, 외진 입지 때문인지 늘 사람은 없었다. 가끔가다 이전의 소설가 지망생만 종종 있을 뿐이고 (늘 노트를 보며 무언가를 끄적이거나 했다.) 그 외의 손님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이전번처럼 주인과 ... » 내용보기

최근의 자전거

요즘은 자전거를 타고 남쪽으로 가고 있습니다. 위 사진들은 가수원동 근처. 날이 좋아서 아무 생각 없이 페달을 밟고 달리고 있네요. 여기서 더 더워지면 안되는데... » 내용보기

평일형 인간 / 이야기 시리즈

몇 년 전에, 모 기업의 채용공고에서 다음과 같은 문구를 보았다. '당신의 토익점수보다 당신의 토요일이 궁금합니다.' 그 문구 아래에, 화창한 하늘 아래 들판에서 훈훈하게 생긴 청년이 음악을 들으며 쉬고 있는 그림이 있었던 것 같다. 그때 나는 그 포스터를 보며 가슴 한쪽이 조금 쓰라렸는데, 별일 아니겠지 하고 넘어갔었다. 그러다 어느 소설을 읽으며 그... » 내용보기